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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쉬어가는 자리

"너는 왜 바위처럼 구니" 나에게만 유독 까칠한 당신에게<M-015>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 위, 뾰족하고 투박한 바위섬 위로 붉은 아침 해가 떠올라 따뜻한 황금빛을 비추는 풍경. 모난 바위를 감싸 안는 햇살이 스스로를 다독이는 치유의 시간을 상징한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으, 춥다." 오전 6시 30분, 바닷가 바위 언덕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셔터를 누르기 위해 장갑을 벗었는데, 1분도 안 돼서 손끝이 아려옵니다. 챙겨 온 핫팩을 주물러보지만, 바다의 냉기는 옷깃 사이로 집요하게 파고드네요.

눈앞에는 거칠고 날카로운 바위들이 제멋대로 솟아 있습니다. 오랜 시간 파도에 깎이고 바람에 맞아서인지, 표면이 거칠고 여기저기 패인 자국 투성이입니다.

뷰파인더로 그 뾰족한 바위들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제 마음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제가 그렇거든요.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날을 세우고, 실수 하나라도 하면 "넌 도대체 왜 그러냐"며 스스로를 쥐잡듯 몰아세우기 바빴으니까요.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 나에게는 검사처럼

가만히 보면 우리는 남의 실수엔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쿨하게 넘기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한 검사처럼 굽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카톡 문자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사소한 실수를 하나 했는데, 잠들 때까지 그 생각만 하며 이불을 찼습니다. "바보같이 그걸 확인도 안하냐." 제 마음속에는 저를 비난하기 위해 대기 중인 배심원들이 가득한 것 같았습니다.

부인하고 싶지만, 요즘의 저는 그렇습니다. 스스로를 칭찬하는 법은 잊어버리고, 깎아내리고 다그치는 데에만 익숙해진 상태. 저 거친 바위처럼 잔뜩 웅크린 채 파도를 맞고 있는 기분 말이에요.

썼다 지운 낯간지러운 다짐

해가 바위틈 사이로 붉게 올라오는 순간, 셔터를 눌렀습니다. 셔터를 누르며 다짐 을 해봅니다.. '올해는 더 완벽한 사람이 되자... 실수를 줄이자.

머리 속에 쓰다가 바로 지워버렸습니다. 아우, 읽기만 해도 숨이 막히네요. 지금도 충분히 팍팍하게 구는데, 여기서 더 완벽해지라니요. 그건 다짐이 아니라 학대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고개를 들어 다시 풍경을 봤습니다. 놀라운 건, 저 붉은 태양이었습니다. 해는 매끈하고 예쁜 조약돌에만 빛을 비추지 않았습니다. 가장 날카롭고, 가장 못생기고, 이끼가 잔뜩 낀 저 투박한 바위 위에도 공평하게, 아니 더 찬란하게 빛을 쏟아내고 있더군요.

빛은 뾰족한 곳을 피하지 않습니다

바위는 햇빛을 받으려고 모양을 고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빛이 닿는 순간, 그 날카로운 모서리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가장 아름다운 선이 되었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려면 뭔가 대단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믿는 날들요. 살을 빼야 하고, 돈을 더 벌어야 하고, 성격이 더 좋아야 한다고. 하지만 오늘 아침 바다는 다르게 말해줍니다. "네가 뾰족하든 울퉁불퉁하든 상관없어. 그냥 너라는 이유만으로 빛날 자격은 충분해."

나에게 친절해진다는 건, 나를 억지로 바꾸는 게 아니었습니다. 못난 내 모습 위에도 따뜻한 빛을 허락하는 것. 깎아내리는 대신, "오늘도 버티느라 고생했다"며 볕을 쬐어주는 마음이었습니다.

식은 커피도 맛있네요

해가 완전히 떠올랐습니다. 주머니에서 편의점 '조지아' 캔커피를 꺼냈습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에 다 식어서 밍밍하지만, 꿀꺽 삼키니 속이 좀 풀리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만 저를 좀 봐주려고 합니다. 실수 좀 하면 어떻고, 뾰족하면 좀 어떻습니까. 저 바위처럼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일인데요.

패딩 지퍼를 끝까지 올립니다. 오늘 참 춥고, 바람 불고, 근데 제 자신과는 좀 화해하고 싶은 아침이네요.


📷 묵상을 담은 시선

· 촬영 장소: 강원 삼척시 원덕읍 삼척로 해신당공원 (애바위 전설이 깃든 해안)

· 촬영 시간: 오전 06시 40분 (수평선 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여명의 순간)

· 카메라 설정: 조리개 F22, 셔터스피드 20s, ISO 100 (Canon 32mm 표준 화각)

· 이곳의 특징: 애바위 전설의 애절한 사연과 해학적인 예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테마 공원입니다. 기암괴석 사이로 붉게 타오르는 일출과 동해의 비경이 어우러져 사진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명소이며, 입구에 넓은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습니다.

· 촬영 팁: 20초라는 긴 시간의 '장노출(Long Exposure)' 기법을 사용하여, 거칠게 치는 파도를 마치 구름이나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몽환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조리개를 F22까지 최대한 조여 빛을 통제하고 심도를 깊게 확보하여, 한 폭의 진경산수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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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교
빛과 마음이 머문 순간을 사진과 글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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