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이 쉬어가는 자리

흩날리는 벚꽃, 버티는 소나무 <M-016>

강변 절벽을 따라 하얗게 만개한 벚꽃 나무들 사이로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평화로운 봄날의 풍경. 절벽 아래로는 초록빛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굽이치는 강물 위로 흩날리는 질문들

잔잔한 초록빛 강물이 바위벽을 타고 흐릅니다. 절벽 틈바구니마다 뿌리를 내린 벚나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하얀 꽃구름을 터뜨렸네요.

그 사이로 난 좁은 데크 길 위를 붉은 옷을 입은 사람 하나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갑니다. 강바람에 섞인 꽃향기가 헬멧 틈으로 스며들 것만 같은, 4월의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속도의 끝에서 마주한 풍경

"어제저녁 8시, 노트북 앞에 앉아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고르고 방문자 통계를 들여다보며 얕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성공의 지표들은 늘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저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채 그 뒤를 쫓고 있었거든요. 마치 좁은 길에서 앞만 보고 속도를 올리느라, 옆에 핀 꽃이 벚꽃인지 매화인지도 모른 채 달려온 기분이었습니다.

오늘 이 강변을 달리는 저 사람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목적지가 급한 배달일 수도, 아니면 그저 바람을 쐬러 나온 산책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깎아지른 절벽 아래, 억척스럽게 꽃을 피워낸 나무들 사이를 지나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속도계가 잠시 멈춘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의미 있는 삶이란 목적지에 도착하는 속도가 아니라, 그 길 위에 머무는 마음의 온도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의 결을 찾아가는 연습

"그래도 남들만큼은 해야지." 서른이 넘고 마흔이 되면서 이 문장은 제 삶을 옥죄는 단골 멘트가 되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아파트 평수, 연봉의 앞자리 숫자가 행복의 절대 기준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오늘 강물에 비친 꽃잎의 일렁임을 보니, 누군가 정해놓은 정답지에 나를 끼워 맞추느라 내 안의 진짜 목소리를 너무 오랫동안 모른 척해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존재의 가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보다, 내가 나를 대견하게 여길 때 비로소 선명해지는 모양입니다. 요즘은 아주 사소한 것들에 점수를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점심 식사 후에 10분 동안 스마트폰 안 보기', '퇴근길에 나를 위해 3,000원짜리 프리지어 한 단 사기'.

이런 작고 뭉툭한 조각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중심을 지탱해 주는 것 같아 묘한 충만함이 느껴집니다.

흔들리며 피어나는 법

절벽 위 저 소나무는 왜 저렇게 위태로운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요. 흙도 거의 없는 바위틈에서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서 있는 모습이 꼭 우리네 삶을 닮았습니다.

화려한 벚꽃처럼 한때의 전성기를 누리지는 못해도, 사계절 내내 제 자리를 지키며 푸른 빛을 잃지 않는 그 꿋꿋함이 오늘은 벚꽃보다 더 시선이 갑니다. 의미라는 건 대단한 성취 끝에 오는 훈장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오늘 하루를 버텨낸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선일 뿐입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세상이 정한 성공의 궤도에서 잠시 이탈하더라도, 내 마음이 머물고 싶은 풍경을 발견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요. 여전히 삶의 정답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일 아침엔 거울 속의 나에게 좀 더 너그러운 인사를 건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십니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시원한 감각이 정신을 맑게 깨웁니다.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습니다. 잔잔한 연주곡 사이로 멀리서 들려오는 강물 소리가 기분 좋게 섞여 듭니다.

더보기
  • 촬영 장소: 경북 문경 고모산성 (주차장은 입구에 위치)

  • 이곳의 특징: 삼국시대 신라가 군사 방어용으로 지은 웅장한 산성입니다. 주차장에서 성곽을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굽이치는 강물과 어우러진 진남교반의 탁 트인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이름은 '고모'산성이지만 숙모, 이모, 부모, 보모 등 사랑하는 누구와 함께 와서 산책해도 좋은 곳입니다.

  • 촬영 시간: 오전 08시 33분 (일출 후). 아침 햇살이 산성을 넘어와 강물과 벚꽃을 화사하게 비추는 생동감 넘치는 시간입니다.

  • 카메라 설정: 조리개 F7.1, 셔터스피드 1/320s, ISO 400 (Canon 176mm 망원 화각)

  • 촬영 팁: 176mm 망원 렌즈를 사용하여 아찔한 절벽과 벚꽃, 그리고 그 사이를 달리는 오토바이의 붉은 포인트를 압축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조리개를 살짝 조이고 셔터스피드를 1/320초로 확보하여 흔들림 없이 피사체를 포착하면서도, 봄날의 낭만적인 속도감을 프레임 안에 고스란히 살렸습니다.

 

 

반응형
김정교
빛과 마음이 머문 순간을 사진과 글로 전합니다.
📌 저작권 안내
이 블로그의 모든 사진과 글은 작성자의 창작물입니다.
무단 복사, 재업로드, 2차 가공을 금합니다.
사용을 원하실 경우 댓글 또는 메일로 먼저 연락해 주세요. ateach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