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깍, 스윽... 타닥." 오후 5시 20분, 마우스를 쥔 손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풀렸습니다. 아침에 두 시간이나 공들여 올린 출사 사진과 묵상 글의 블로그 방문자 수를, 벌써 네 번째 새로고침하고 있었거든요.
어제보다 한참 못 미치는 초라한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등 뒤가 뻣뻣하게 굳어지며 들이마신 공기가 가슴 언저리에서 탁 막혀버렸습니다.
숨을 얕게 만드는 승인 욕구
"참, 나잇값도 못하고..." 입꼬리가 어색하게 걸리며 자조적인 헛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평생 교단에 서서 아이들에게는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너만의 길을 가라고 그토록 단단하게 가르쳐왔건만. 정작 저는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의 반응 하나에 숨이 얕아졌다 깊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칭찬이라는 연료가 없으면 제 삶의 가치마저 쪼그라드는 것 같은 이 지독한 승인 욕구는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맞잡은 손의 온기와 의존
속이 은근히 뒤틀리는 이 초조함을 달래려, 며칠 전 가을 나들이에서 찍어둔 사진 한 장을 모니터에 띄웠습니다. 노랗게 줄지어 선 국화 화분 사이로, 엄마의 손을 꼭 쥐고 걸어가는 작은 아이의 뒷모습입니다. 거대한 한옥과 낯설고 넓은 흙길 앞에서도 아이의 발걸음은 묘하게 당당해 보입니다.
아이는 맞잡은 커다란 손바닥의 온기를 통해, 흔들리는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받고 있었나 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타인의 인정이라는 거대한 손을 꽉 쥐어야만 안심하고 걷는 제 찌질한 내면이 저 아이의 맹목적인 뒷모습과 기막히게 겹쳐 보였습니다. 아이의 당당함은 결국 스스로의 확신이 아니라, 자신을 잡아주는 거대한 타인에게 철저히 의존한 결과였던 겁니다.
홀로 걷는 연습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지 않아도 혼자서 비틀거리며 걷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일 텐데요. 저는 여전히 누군가 잘 걷고 있다고, 멋지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어야만 간신히 안심이 되는 덩치 큰 아이로 남아있나 봅니다.
남의 시선이라는 잣대를 내려놓고 온전히 나만의 확신으로 내면을 채워가는 일은, 이쯤 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제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런 헛헛하고 부끄러운 마음, 어딘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박수받기 위해 발버둥 치는 분들도 비슷하게 앓고 계시려나요.
당장 내일 아침 기타 연주 영상을 녹음하고 나면, 또다시 누군가의 댓글이 달렸나 기웃거리며 속을 끓일 겁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쿨한 어른이 되는 법은,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마우스 위에 얹어둔 손을 조용히 내려놓습니다.
책상 위에 반쯤 남은 식은 보리차를 한 모금 삼킵니다. 미지근한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감각에 가만히 집중해 봅니다.
- 촬영 장소: 경북 상주시 복룡동 태평성대경상감영공원 (주차는 공원 입구)
- 이곳의 특징: 조선 시대 관찰사가 근무하던 옛 상주의 영광을 재연해 놓은 거대한 역사 문화 공간입니다. 청유당, 제금당 등 18개 동의 웅장한 전통 한옥이 즐비하고, 반듯하게 닦인 넓은 흙길 위로 가을이면 수백 개의 국화 화분들이 정렬하며 피어납니다. 거대한 권위와 타인의 시선이 교차하던 옛 감영의 웅장한 풍경 속을 거닐다 보면, 역설적이게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보폭으로 걷는 홀로서기의 의미를 더 깊이 묵상하게 되는 역설적인 사색의 공간입니다.
- 촬영 시간: 오후 5시 20분 (일몰 전). 세상이 온통 붉은 노을로 물들었다가 서서히 식어가는 시간. 타인의 시선과 인정에 얽매여 헛헛하게 소진된 하루의 마음을, 깊어가는 황혼의 그림자 속에 조용히 내려놓기 참 좋은 때입니다.
- 카메라 설정: 조리개 F8, 셔터스피드 1/125s, ISO 400 (Canon 24mm 광각 화각)
- 촬영 팁: 24mm 광각 렌즈를 사용하여 웅장한 한옥 지붕과 넓게 펼쳐진 흙길,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노란 국화 화분의 행렬을 시원하게 담아냈습니다. 거대한 풍경 속에서 엄마의 손을 꼭 쥔 채 걸어가는 작은 아이의 뒷모습을 프레임의 중앙 아래쪽에 배치하여, 광활한 세상 앞에서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안하면서도 당당한 인간 내면의 모순을 시각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조리개를 F8로 설정해 화분부터 아이의 뒷모습, 멀리 있는 한옥까지 풍경 전체를 흐림 없이 선명하게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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